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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골프 입문(1)일상사 2025. 6. 30. 20:22
어쩌다 형하고 6촌 형제가 함께 한 술자리에서 "골프 그까이꺼 대충 한 두달 연습해서 필드 나가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했다가 빼도박도 못하게 되었다.
라운드 날짜를 떡 하니 먼저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정말 딱 두달 남았는데 연습도 연습이지만 골프가 보통 돈이 들어가는 운동인가?
다행히 골프채는 동서가 8년 전에 준 걸 고이 모셔놓았던 게 있어서 그걸로 해결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아 글쎄 제일 요긴하게 쓰이는 드라이버와 퍼터가 없는게 아닌가? 중고로 사더라도 꽤 돈이 들텐데 하던 차에 드라이버는 형이 자기가 쓰던 걸 주었고 퍼터는 같은 건물에 사는 윗집 형님이 내가 골프 시작했다는 얘길 듣고 한번도 쓰지 않은 새 퍼터를 선물로 주었다. 모자, 롱티, 장갑, 골프공 2박스 등등과 함께. 어찌나 고마운지 이 은혜를 어찌할까 싶다. 또 골프백은 라운드 같이 가는, 오래 알고 지내는 직장 후배가 하나 장만해주었고, 술자리를 함께 한 6촌 형제는 장갑, 마커를 선물로 주었고, 형은 중고 드라이버 말고도 파우치백을 선물로 주었으니 모두 다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겨우 골프 웨어, 신발 장만하고 골프연습장에 등록해서 속성으로 골프 과외를 받은게 전부다.

출처: https://www.fetv.co.kr/news/article.html?no=93788 그리고선 필드에 나가기까지 한달하고도 보름동안 골프레슨을 받았다. 골프 연습장 찾는데도 시간이 걸려 2주를 까먹었기 때문이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골프 이거 고개를 땅에 처박고 허리를 숙이고 하는 운동이라 영 어색하다. 내 몸이 제대로 중심이 잡혔는지도 모르겠고 몸을 옆으로 돌려 회전해야 하는데 나이가 드니 허리 돌리는게 만무한 일이다.
그렇게 한달 속성 과외하고 이제 필드 나가려면 2주일 남았는데 그래도 그냥 필드로 갈 수 없어서 직장 후배랑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 그런데 연습장에서는 제법 맞던 공이 스크린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첫 스크린 골프 성적은 9홀을 쳤는데 그 중 7홀이 더블파(일명 양파)를 기록하고 하염없이 좌절을 맛보았다.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또 골프 연습장에서 일주일 맹연습을 하였다. 골프 선생님에게 스크린 골프의 무용담을 들려주었더니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필드라는 공간에서 공 맞히려고 하니 부담때문에 더 못 맞히는 거라고. 필드 나가면 더 할거라고. 그래도 자세에 집중하면서 재미있게 즐기로 오라고 했다.
일주일을 남기고 직장후배와 2차로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 이제 딱 5일 남았다. 필드 라운드까지는. 이번에도 9홀. 성적은 1차 스크린 때 보다 많이 나아졌다. 더블파도 줄고 더블보기도 기록하고. 그래도 좌절감을 맛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술자리에서 골프 그까이꺼라고 한게 슬슬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실은 골프 연습장 등록하고 처음 연습 시작한 날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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