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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립문자
    일상사 2024. 4. 11. 16:25

    불립문자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 불도의 깨달음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므로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의한다.

    이 곳에 글을 쓰지 않은지 3개월만에 다시 적는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보다는 천성이 게을러 글쓰기를 멀리하고는 하지만,

    아주 가끔 불립문자라는 네 글자에 마음이 꽂힐 때면 글쓰는 일이 한없이 무의미해지고 쓸모없는 일로 느껴져 글쓰기를 접고는 한다.

    지금으로부터 십년 조금 안된 어느 날도 불립문자에 꽂혀서 그 간 적어 두었던 글들을 모두 지웠던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물론 글쓰는 일을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후에 그 때 버렸던 글들이 못내 아쉬워 이번에는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우지는 않았다. 범인인 나로서는 불립문자를 실천에 옮길 깜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출처: https://blog.naver.com/gaya737/222332865745

    생각해 보면 세계 3대 성인이라는 석가, 예수, 공자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겼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들의 말을 제자들이 글로 옮긴 것이 오늘날까지 경전으로 전해지고 있을뿐이다. 이들이 글로 자신의 생각을 옮겨 적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의 말을 받아 적어 대중에게 전하는 제자들이나 추종자들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불립문자의 심오함을 간파한 성인들의 공통된 사유의 결과였을까? 나로서는 도통 알수 없지만 여하튼 3대 성인이 직접 적은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나 같은 범인에게는 로망이 된다. 그래서 문득 문득 불립문자가 갖는 그 미묘함에 빠져 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3대 성인에 더해 서양철학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도 자신이 직접 남긴 기록은 한 글자도 없다. 소크라테스도 말로써 대중을 설득하고 자신의 철학을 설파했을 뿐이다. 플라톤이 자신의 저서에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 그의 사상을 전한 것이 전부다. 

     

    말이 글로 남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게 되니 훗날 스스로 부끄러울 일이 없다. 혼자 쓰고 혼자 읽어 보는 비망록이야 죽기 전에 모두 재로 사라지게 하면 아무 탈이 없을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SNS와 같은 공간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게 되면 이것이 어디엔가 박제되어 부끄러움으로 남을 일이다. 성인들은 세상의 본질을 깨달아 사유체계가 영원불변하지만 나 같은 보통사람의 생각과 사고는 죽을 때까지 변화무쌍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훗날 부끄러워 할 것을 알면서도 오늘 나는 또 글쓰기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나의 생각이, 관념이, 사유가, 시각과 관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면서 나의 고민과 사유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를 확인하는 것도 나라는 보통의 한 인간에게는 적어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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