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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정원 늘리기
    정책에세이 2023. 10. 21. 15:28

    정부가 지난 19일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당초 의대정원을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 빠졌다. 대신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양성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의사들의 눈치를 본 것인지 아니면 단계별 전략의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의대정원 늘리기는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이슈다. 평소에는 물 밑에 있다가 촉발 사건이 발생하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의사들의 저항으로 다시 유야무야되곤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정원 증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 시기와 맞불려 의사들의 저항으로 백지화되고 말았다.

     

    출처: https://d2phebdq64jyfk.cloudfront.net/media/image/article/thumbnail/%E1%84%83%E1%85%A1%E1%86%AB%E1%84%89%E1%85%B5%E1%86%AB_1_21.jpg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으로 제시되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의료 불균형이다. 

    그런데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이 두가지 문제를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정말 현재 의료인력이 부족한가? 그래서 의료인력을 늘리지 않으면 미래에 의료서비스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가?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은 우리나라의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2.6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번째라는 결과를 내놨다. OECD 평균은 3.7명이다.  이 수치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선진국 평균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사실은 그래서 의사 수를 늘려야하고 의사 수를 늘리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1000명당 의사 수는 늘어나지 않을까? 우리나라 인구가 줄고 의사면허를 딴 의사들이 의료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되어 자연 퇴출되는 의사 수를 넘어서면 전체 의사 수는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우리나라 의대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다. 그런데 신현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013년 1.77명이던 것이 2022년 2.18명으로 증가했다.     

    인위적 의대정원 늘리기가 자칫 의료인력 과잉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측이 내놓는 1000명당 의사 수의 미래 추계치와 찬성하는 측에서 내놓는 추계치가 서로 다르다. 의대정원 늘리기에 앞서 의사 수 증원의 근거로 삼는 1000명당 의사 수의 미래 추계치부터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1000명당 의사 수가 의료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의사의 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의료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의사 수를 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갖가지 가정과 전제에 따라 추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상의료의 경우, 환자들의 입장에서 1000명당 의사 수가 적어도 의사들이 진료시간을 늘리거나 효율적인 진료활동으로 환자들의 의료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만 있다면 1000명당 의사 수로 의사의 과부족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의대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앞서 의대 정원 늘리기의 근거로 언급한 두 가지 문제가 다 해결될수 있을까?

    필수의료인력 문제는 조금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모수가 커지면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수도 어느 정도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수가와 무거운 형사상 책임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필수의료 분야에 진출하는 의사들의 수는 제한적일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료 불균형의 문제가 해소될지는 모르겠다.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의사제를 강제하지 않는 한 지역의료 불균형이 해소될 가능성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의료도 하나의 서비스인 이상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이라고 하지만 이는 전국 평균일뿐이다. 신현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2022년 기준 3.47명이고 경북은 1.39명으로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크다. 그러면 민간의료가 아닌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을 증가시키면 되지 않겠냐고 묻겠지만 지방 의료원에 근무할 의사 연봉을 3억원을 책정해도 오지 않는 의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공공의료 시설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떠 안을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점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사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공공의료가 처해 있는 딜레마다. 

     

    의대정원을 늘리려면 의사단체가 수긍할만한 논거가 충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의대정원 늘리기에 몰두하면 의사단체의 저항은 어떤 식이로든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이 안게될 것이다. 

    우선 필수의료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불만과 문제제기를 잘 정리하여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그 다음 의대정원 증원문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논의하면 될 일이다.  

    의사들의 반발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나 의사들의 밥그릇도 중요하다. 국민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 의사인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의사들의 반발이 자기들의 밥그릇만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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