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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병정신으로 금메달을?!!
    정책에세이 2023. 12. 19. 17:41

    대한체육회장의 말 한마디로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해병대 캠프에서 12월 18일~20일까지의 일정으로 특훈을 받는다고 한다. 보도를 보면, 새벽훈련을 안하려고 하는 선수들에게 새벽 훈련을 강제하면 인권 운운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 대한체육회장의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해병대 캠프 입소가 금메달을 따기 위한 정신력을 고양하기 위해서인지, 후배들의 '버르장 머리'를 잡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출처: 한국NGO신문 (ngonews.kr)

     

    해병대 훈련 중 하나인 '지옥주'니 '극기주'니 하는 것들은 극한의 물리적 한계를 이겨냄으로써 정신력을 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지독한 훈련량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기성 세대들의 머릿 속에 있는 '똥 군기'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똥 군기는 오히려 자발적 동기부여와 정신력을 해치는 위해 요소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가대표의 해병대 캠프 입소는 '똥 군기'를 잡으러 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송에서 특급 국대 출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의 국대 선수촌의 위계질서와 훈련량은 해병대 저리가라할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새벽훈련 하기 싫어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한체육회장 눈에는 군기가 많이 빠져보였던 모양이다. 새벽운동 하지 않는다고 훈련량이 얼마나 줄어들까를 생각해보면, 체육회장의 이같은 발언이나 작금의 모습은 옛날에는 '까라면 깠는데' 무슨 말들이 이렇게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아 부리는 몽니같아 보인다.

     

    그렇잖아도 일제강점기를 거쳐 사회 전체에 만연된 군대 문화를 근절하는 것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누구보다 동기부여가 강하고 성공 목표가 뚜렷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규율과 기강을 강제하고 자발성을 억압하는 군대 문화를 주입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방법일까? 군대 문화를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과한 상명하복식의 군대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집단주의 문화가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개개인의 자율과 자유를 어떤식으로든 억압하는 행위는 배격함이 마땅하다. 국제대회의 금메달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정체이고 자신들을 응원하는 국민과 국가에 대한 숭고한 애국심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대표 선수들의 자율과 자유를 억압해서 쥐어짜듯 만들어낸 애국심과 강제적인 '새벽' 훈련으로 얻어낸 금메달은 선수들과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금메달의 순수 가치를 훼손하지 않겠는가? 

     

    가만두어도 알아서 하는 사람이 있고 집단이 있다. 국가대표가 그런 사람이고 집단이다. 그러니 누구보다 경쟁심이 강하고 자기 동기부여가 확실한 국가대표에게 정신무장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대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는 것은 적어도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 분석, 코치진의 전략전술, 적절한 동기부여, 훈련환경이 부족한 지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매번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를 질타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못 살 때나 하던 짓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력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지 대한체육회와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개조해야 할 일이 아니다. 

     

    정신력은 지독한 훈련량으로 고양시킬 수는 있겠지만 똥 군기로는 기를 수 없다. 훈련과 똥 군기는 다르다. 공부는 안 시키고 체벌만 하는 선생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국대 선수들이 금메달을 얼마나 많이 따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의 노력이 메달로 보상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불굴의 노력과 희생적 애국심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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