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이야기(2)-내각제의 시원

영어로 parliamentary system으로 지칭되는 내각제는 통상 대통령제와 비교되는 정부형태다. 우리말로는 ‘의원내각제’, '내각책임제', ‘내각제’, '의회제'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된다. 원어의 명칭을 고려하면 ‘의회제’가 가장 정확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의 지위를 겸하는 것과 달리 내각제에서는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의 지위가 구분된다. 입헌군주제 하에서는 군주가 국가원수가 되고 공화제에서는 간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역할을 수행한다. 내각제에서 정부수반은 의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되며 총리는 의회에 대해 국정책임을 진다. 이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국민에 대해 국정책임을 지는 대통령제와 대비된다.

 

또 내각제가 대통령제와 다른 점은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각제에서는 의원인 총리와 내각이 의회에 책임을 진다. 내각제를 의원내각제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달리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이 장관이 되며 의원은 장관을 겸직할 수 없다. 또 다른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차이점은 내각제에서는 총리가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법률안 제출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각제의 경우, 의회의 다수당이 총리와 내각을 구성하여 총리와 의회가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총리가 법률안 제출권을 갖는다. 이와 달리 대통령제에서는 의회와 대통령이 서로 견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법권은 의회가 갖고 대통령은 법률안 제출권을 갖지 않는다. 대신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을 거부할 수 있는 법률안 거부권을 갖는다.

 

의원내각제는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원내각제의 시원을 살펴보려면 먼저 영국의 의회제도의 기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영국 의회제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먼저 1265년 영국 귀족 시몽 드 몽포르가 헨리3세의 폭정에 대항하여 귀족, 지방기사, 서민을 모아 최초로 회의를 개최한 것을 의회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이때 의회는 전체 국민을 대표한다기보다 계급과 단체를 대표하였다는 점에서 근대의회로 보기 어려워 에드워드 1세가 1295년 소집한 모범의회를 의회의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로버트 월폴 영국의 초대 수상(출처: 위키백과)

 

의원내각제의 기원에 관한 견해도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는 1721년 로버트 월폴이 조지 1세를 대신하여 전권을 대신하면서 다수당의 당수로서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내각제를 확립한 시기를 의원내각제의 시초로 본다.

1714년 영국 엔 여왕이 사망하면서 후사가 없자 하노버의 선제후인 조지 1세가 영국 왕이 되었는데 노령인데다 영어를 할 줄 몰라 영국 통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와중에 1720년 사우스 씨(south sea) 버블 사건(영국정부의 국채 인수를 조건으로 남미무역을 독점한 영국의 ‘사우스 씨’ 회사의 주식가격이 급등하면서 영국의 주식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차익을 실현하면서 주식가격이 폭락하게 된 사건)이 일어나는데 재정전문가였던 로버트 월폴이 이를 수습하면서 조지 1세의 신뢰를 얻게 되고 조지1세는 월폴에게 국정을 맡기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1721년 로버트 월폴이 전권을 가지고 왕을 대신하여 수석장관이 의회에 책임을 지는 내각제를 확립하였는데 이것을 의원내각제의 효시로 본다.

 

이와 달리 찰스 1세의 장기의회(1640-1649)에 의해 확립된 의회우위의 회의정부제(Assembly Government)를 의원내각제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사건을 보면 이를 의원내각제의 시원으로 보기 어렵다. 1679년 찰스 2세가 새 추밀원 창설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여 하원의원을 추밀원에 참여시키고 국왕의 통치권을 새 추밀원과 분담하겠다고 하면서 내각제의 요소를 도입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내각제적 제한군주정이었다. 그리고 1688년 명예혁명을 거쳐 절대군주제가 입헌군주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국왕이 내각의 충고를 무시하고 행동하기도 하였으므로 이들을 군주가 아닌 내각이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오늘날의 의원내각제의 기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후, 1701년 왕위계승법 제정과 1705년 이의 개정으로 대신이 하원의원을 겸직할 수 있게 되고 1721년 월폴이 이끄는 다수당이 내각을 유지함으로써 정당내각의 관례를 만들고 국왕이 아닌 내각이 의회에 책임을 지는 내각제를 확립한 시기를 의원내각제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자료

나무위키(https://namu.wiki/w/%EC%9D%98%EC%9B%90%EB%82%B4%EA%B0%81%EC%A0%9C)

이영우(2013). 영국의 의원내각제에 관한 연구. 토지공법연구 62: 421-438.

황태연(2014). 공자의 분권적 제한군주정과 영국 내각제의 기원(1): 윌리엄 템플의 중국 내각제 분석과 찰스 2세의 헌정개혁. 한국학(구 정신문화연구), 37(2): 213-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