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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로 수능시험에 대해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시험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을 준다는 쪽이 있는 반면 진작 바로잡았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는 측이 있다.
나야 학력고사 세대라 지금의 수능에 대해 그닥 할말은 많지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학력고사와 비교해보면 수능은 대단히 문제가 많은 시험이다. 우리나라 입시 환경에 비추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야 모든 정책분야에서 자문하는 교수집단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을 해서 그런지 정책이라는 것이 무조건 미국을 따라간다. 수능도 그 하나이고. 그러니 우리나라 교육환경 특히 입시환경을 무시한 채, 학교수업 따로 수능 따로 이런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내 옛날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학력고사 시절엔 수업 따로 학력고사 따로 이런 모순적인 일들은 없었던 거 같다. 물론 그 때도 수학은 정석이 교과서였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과목들은 교과서+문제집으로 시험범위를 거의 모두 망라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각설하고, 나는 윤대통령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수능 킬러문항들을 보면 이건 미친 짓이다. 미친 짓임을 알면서도 변별력을 키운다는 이유로 미친 짓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잘못이지, 미친 짓을 멈추자고 하는데 그걸 비판하면 되겠는가?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영상을 본적이 있는가? 영국이나 미국 유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리 수능 영어 시험문제를 보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이게 정상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교육을 정상화해야 할 당사자인 야당이 수능시험에 혼란을 준다느니 선무당이 사람 잡느니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입시문제를 정파적으로 접근해서야 되겠는가?
방향이 맞으면 협력해야 한다. 시기가 이르면 속도를 조정하면 된다. 이 문제로 이념 싸움을 하자는 건 우리 아이들 계속 입시지옥에 머물게 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변별력 조정 문제로 수능시험 혼란이 온다고 하는데 그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되지 않는가? 또 학력고사 이야기이지만 학력고사때는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변별력을 다 조정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말도 안되는 쉬운 문제를 아예 출제하지 않았으니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한편에서는 누구나 풀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쉬운 문제를 내놓고서는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위 킬러문항을 출제하는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
만약 윤대통령이 이야기 한 것을 반영하여 수능 시험을 출제할 자신이 없으면 옛날 옛적 학력고사 시절 시험문제 난이도를 조정했던 노하우를 배워봐라.
머리를 맞대면 안될 일이 있겠는가? 교육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기껏 들리는 이야기가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킬러문항이 최상위권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웃기는 일이다. 세계 랭킹 1-10위 대학학생들에게 킬러문항을 번역해서 풀어보라고 해보라. 우리는 단지 의치한수약, 서연고 등 학교 줄세우기를 위해 킬러문제를 통해 커트라인을 변별하는 것 뿐이다. 킬러문제를 못 풀어서 최상위권으로 변별되지 않은 학생들 가운데서도 변별된 최상위권을 능가하는 학습능력을 갖춘 이들은 충분히 많다. 그러니 최상위권이 변별되지 않는다고 지금의 수능 출제 방식을 유지해야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어불성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정파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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