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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가 드디어 개발되나 보다. 반가운 일이다.
2005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었는데 그 후 박원순 전 시장이 계획을 걷어차 개발이 무산된 곳이다.
그리고서 박원순 시장은 이 지역을 도시재생사업 선도구역으로 지정해 버렸다.
도시를 어떻게 재생하는 건지 나는 당최 모르겠는데 어찌 되었든 도시재생사업이란 것을 시작하였다. 그것도 선도구역으로.
그래서 지금 창신동이 재생되었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겠으나 나는 재생이 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주민 생활이 여전히 불편한데 무엇이 재생되었는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낭만적 건축가들과 결탁하여 골목길의 기억을 살려보겠다는 되지도 않은 미몽에 사로잡혔던 얼치기들이, 그렇잖아도 낙후된 강북을 더 낙후시켜 버렸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800억원을 들여서 그 낡은 동네에 벽화를 그려 넣고 전망대를 만들고 봉제역사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지금 그것들의 존재를 알고 찾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대규모 개발에는 명암이 있다. 개발업자, 지역에 땅과 집을 가지고 있어 개발을 호재로 여기는 자산가들에게는 개발이 이익이 될터이지만, 옛적부터 산동네 단칸방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개발이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한 것이리라. 개발이 사회후생을 증진시키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정치가 돌봐주어야 한다. 재산권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들은 TV 드라마 '서울의 달'의 배경이 되었던 옥수동 달동네를 기억할 것이다. 젊은 시절 학교 앞마당에서 올려다 보던 달동네. 내 친구가 그 곳에서 자취를 해 몇 번 가서 자고 오곤 했던 그 동네. 어느 날 천지 개벽도 이런 개벽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그래도 아쉬움이나 회한이 남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곳에도 개발의 명암을 정리하고 조정하는 긴 시간이 있었다.
대한민국 서울은 도시재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도시의 규모가 그렇고 도시의 역동성이 그렇다. 끊임없이 공간을 혁신해 가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개발 방식이 고층 아파트 밖에 없냐는 것이다. 주거 밀도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최적의 건설방식이지만 뭔가 아쉽다. 서울 곳곳에 들어선 아파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서울이라는 도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지어도 좀 세련되게 지을 수 없나? 회색 빛 콘크리트가 횡하니 노출된 삭막한 건축물이 도심 넓은 공간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 주변 공간과도 어울리지 못한 채 도무지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건축물 말고. 좀 멋드러지게 지어 볼 수는 없을까?
막무가내의 개발도 문제지만 묻지마식 보존도 문제다.
시민의 수요를 무시하거나 시민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울을 자신의 이상이나 꿈을 펼치는 공간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서울은 서울 시장의 서울이 아니고 관료의 서울이 아니고 자산가만의 서울이 아니고 빈자만의 서울도 아니다. 특히 서울시장의 서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되지도 않은 자신만의 도시상을 구현하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1000만 서울이 레고 장난감 놀이하듯 지었다 부쉈다 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서울 시민이 원하는 공간을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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